어제는 네이버 지식인 관련 기사 때문에 시끌벅적했습니다. 사건 개요는 다른 인터넷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해킹한 것을 이용, 네이버에 접속을 시도하여 접속되는 아이디 15만여 개의 아이디를 도용하여 불법 도박 광고를 네이버 지식인에 버젓이 게재한 일입니다.

시작부터 과정, 결과까지 어느 것 하나 불법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우선 상대적으로 회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에 대한 관리와 보안이 허술한 게임이나 바둑 사이트, 꽃배달 사이트 등에서 사용자 개인 정보를 빼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 한심스럽습니다.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된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잊어버릴 만 하면 "어디서 개인정보 유출이네."라는 기사가 어김없이 터져 나왔으니까요. 그러나 그때뿐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를 않습니다. 하긴 지금 우리나라 현실에서 고쳐지기를 바란다는 게 욕심이겠습니다.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불법으로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솜방망이 처벌과 너그럽다 못해 무관심하기까지 한 사회적 인식 등이 고쳐지지 않는 한 개인정보와 관련한 범죄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이런 아이디 도용사건이 가능한 이유가 대게 사용자가 각기 다른 여러 사이트에 접속할 때 동일한 아이디와 비번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가입한 사이트가 한, 두 군데도 아니고 사이트에 가입할 때마다 다른 아이디와 다른 비번을 사용하여 유지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아이디와 비밀번호 저장 프로그램이나 브라우저의 부가기능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만, 이것 역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저장하고 복구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 가입한 모든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기억해내야만 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차라리 사용자 개인정보 관리 능력이 되지 않는 영세 사이트[각주:1]들은 외국처럼 사이트를 이용하고자 할 때 회원가입이나 개인정보를 아예 요구하지 않는 풍토가 정착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포함한 상세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더는 당연시되는 일은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도대체 꽃배달하고 바둑 두는데 주민등록번호가 왜 필요한 건가요?


네이버도 이번 사건에 어느 정도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지식인을 사용해 온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근래의 네이버 지식인은 더이상 지식관련 Q&A 서비스라고 하기에 민망할 지경입니다. 2003년 당시만 하더라도 네이버 지식인은 정말 획기적인 서비스였습니다. 네이버로서는 큰 공을 들이지 않고도 양질의 지식 컨텐츠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었고, 사용자는 큰 어려움 없이 질문한 내용에 대해 깊이 있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기[각주:2] 때문입니다. 덕분에 네이버는 라이벌 포털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정도였습니다. 이후 다른 포털에서도 경쟁적으로 지식인과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게 할 만큼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네이버 지식인에는 질문자가 제시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답변이 올라오기보다는 동문서답식의 글이 답변이랍시고 올라오거나 답변을 가장한 광고 글이 판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이제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아예 대놓고 광고로 도배하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이런 부작용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듯이 네이버에서는 진작에 지식인 서비스 정화를 위한 확실한 대비책이나 대응책을 세웠어야 했습니다. 이번 사건처럼 결과론적으로 네이버 지식인이 범죄에 이용되지 않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게을리하지 않았어야 합니다. 비록 검색시장에서의 독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긴 하지만, 우리나라 부동의 포털 1위의 위상에 걸맞은, 내세울 만한 자체 유지, 보수 프로그램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나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네이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반복적으로 상업글을 올리는 아이디는 걸러내고 있지만 10만여 개의 아이디를 모두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식인의 콘텐츠가 많은 네티즌들에게 유용한 정보로 활용되고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오히려 이를 이용하려는 불법행위가 늘어나고 있어 안타깝다.

뒤집어서 말하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그냥 그대로 방치하겠다는 소리로 들립니다. 그러면, 제2, 제3의 네이버 지식인을 이용한 판박이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우리 책임이 아니니 모르겠다.'라고 하실 건지 묻고 싶습니다. 또 그때마다 네이버 회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는 것에 대해서도 수수방관만 하고 있을 건지도 궁금합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네이버 아이디를 도용하는 선에서 끝났지만, 비상한 머리를 가진 범죄자가 작심하고 일을 꾸민다면 그 수준에서 끝날 것 같지는 않으니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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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형 사이트라고 해서 관리 능력이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본문으로]
  2. 전문가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줄 수는 있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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