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버이날 부모님께 안부전화라도 한통씩 드렸는지요? 저는 어제 집으로, 처가로 어른들께 전화를 한통씩 드리기는 했는데 아버지 지병이 다시 또 안 좋아져 조금 걱정입니다. 반평생이 넘는 시간을 지병으로 고생하시는 걸 지켜보면서도 딱히 도움을 드릴 수 없으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2주마다 한번 꼴로 찾아뵙기는 하지만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평상시는 무심코 지나치다가 무슨 일이 있거나 해야 안부 정도 여쭙는 정도이니 부끄럽습니다. 한해 한해 기력이 예전과 같지 못 하시다는 걸 느낍니다. 자식의 도리는 하고 싶은데 여의치 않으니 걱정입니다.

어제 퇴근하고 집으로 오니 큰아들이 현관까지 뛰어오며 반갑게 맞아 주더군요. 그러더니 제 손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갑니다. 아내는 그걸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고,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꽃병 같은 것을 하나 내밉니다.

글자 적는 것은 선생님이 도와주신 것 같습니다.


어버이날이라고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랑 함께 만들었다고 합니다. 저희 부부는 큰아들을 작년 하반기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대략 30개월이 막 지난 후였을 겁니다. 이것 때문에 아내와 좀 다투기도 했었네요. 저로서는 이제 30개월 지난 애를 너무 빨리 엄마와 떼 놓는다는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아무리 요즘 조기교육 열풍이 불고 어린이집에서 또래들과 일찍 어울리게 해 사회성을 키워주는 게 좋다고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이빨 닦는 걸 제일 싫어하는 재성이.


또래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ㄱ, ㄴ, a, b, 1, 2 같은 것을 친구들보다 조금 늦게 배우면 어떻습니까? 저는 그런 것들보다 그 나이에는 엄마, 아빠와 가능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엄마, 아빠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끼게 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제 생각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자식 교육을 앞으로도 머리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가슴으로 느끼는 법을 우선해서 가르치려고 합니다.



그래서 1년만 늦게 어린이집에 보내자고 아내를 설득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커다란 장애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당시 작은아들의 출산이 임박했었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주장은 갓난 둘째를 키우며 몸조리도 해야 하는데 혼자서 큰아들까지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겁니다. 이 대목에서는 제가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눌러앉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다른 방법이 없더군요. 결국은 아내의 뜻에 따르기로 해서 그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었습니다.


처음 어린이집 가는 날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하더군요. 그랬던 녀석이 비록 선생님과 함께 만든 거지만 어느덧 어버이날이라고 카네이션을 직접 만들어 아빠 눈앞에 자랑스럽게 내밀고 있습니다. 단연코 지금껏 받아본 세상 그 어떤 선물보다도 값지고 뭉클한 감동이 전해져 오더군요.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일입니다. 그 고사리 손으로 이런 걸 만들어 오리라고는 말이지요.
"아, 이래서 자식이구나. 이런 감동도 있을 수 있구나." 저절로 느껴지더군요.

아빠랍니다. 엄마보다는 사람처럼 그렸다는 데 만족합니다. ㅋㅋ

엄마라는군요. 왠지 사신의 포스가...;


선물을 한 당사자는 전달하자마자 장난감 가지고 노느라 정신이 없는데, 그 선물을 받아 든 아빠는 한동안 그걸 들고 지그시 아들을 바라보게 되더군요. ^^;
사랑한다, 아들아~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우리 아이 성장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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