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매우 좋습니다. 놀러 가기 좋더군요. 이런 좋은 주말 날씨에 집에만 있으면 잔소리가 느는 집사람[각주:1]도 집사람이지만 꼬맹이들 바깥바람도 쐴 겸, 따뜻한 봄 햇살도 받을 겸 해서 여기저기 좀 돌아다녔습니다. 멀리는 아니고 집 근처 경주와 주전 바닷가에 다녀왔습니다.

금요일 저녁은 조금 일찍 퇴근해서 저녁을 먹자마자 바로 경주 계림(鷄林) 방향으로 달렸습니다. 경주라고 해봐야 저희 집이 울산이기 때문에 차만 막히지 않으면 얼마 안 걸립니다만 차가 조금 막히더군요. ^^

도착하니 자그마한 공연도 벌어지고 있더군요. 이게 경주시에서 지원하는 건지 아니면 공연 밴드 자체에서 그냥 경주시민을 위해 행사를 하는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유채꽃밭에서 유채꽃을 배경으로 공연하는데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더군요.


큰댁이 경주에 있기 때문에 한 해에 자주 가는 편입니다. 매번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경주 지역은 독특한 경주만이 가지는 매력이 있습니다. 나이가 한 살씩 늘어감에 따라 경주에서 살고 싶다는 욕심[각주:2]이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생활이 아주 불편하지는 않을 만큼 발전해 있기도 하고, 기타 도시처럼 너무 현대 문명에 길들어 있지도 않은 것이 제 기준으로는 사람 살기 좋은 도시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물론 경주에 살고 있는 사람은 또 다르게 느끼겠죠. 아시다시피 경주는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역사적, 문화적인 토양이 풍부한 곳입니다. 경주에 살고 계시는 저희 사촌 형님 말씀으로는 삽질만 하면 문화재가 나오는 바람에 경주는 발전할래야 할 수가 없다[각주:3]고 합니다. 건물 하나 올리려고 터 좀 닦고 싶어도 뭐가 나올지 겁이 난답니다. 하지만, 그 덕에 천 년 고도 경주는 문화 도시로의 자태를 간직한 채 관광도시로 매진하는 듯하지만 지역 주민들 처지에서는 불편한 점도 많겠죠. ^^

계림의 밤 공기는 상쾌하고 시원했습니다. 날씨도 좋아서 달과 별도 한층 밝게 빛나더군요. 산책 치고는 좀 멀리 오기는 했지만 잘 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간이 늦어도 사람이 많던데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있는지 젊은 연인들도 많이 보이더군요. 우리 마눌님 부러운지 "그때가 좋을 때다.[각주:4]"를 연발합니다.


작은아들은 초저녁에 아빠 품에서 곯아떨어졌고, 큰아들은 아빠, 엄마랑 함께 밤늦게 밖에 놀러 나왔다는 자체로도 좋은지 내내 싱글벙글합니다. 이런 걸 볼 때마다 아들 녀석이랑 자주 자연 속으로 다녀야겠다고 다짐을 하지만 실천은 어렵더군요.

동생 유모차에 타고는 마냥 신났습니다.

작은 녀석은 아빠 품에서 달나라 여행하고 있다지요.


토요일은 작은아들 성장앨범 촬영이 있어서 집에서 일찍 나섰습니다. 날이 너무너무 좋더군요. 봄날씨답지 않게 기온도 높았죠? 성장앨범 사진 촬영 한 번에 성공[각주:5]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큰 녀석이 뒷자리에서

엄마, 바다가 보고 싶어요.

바다가 보고 싶어? 아빠한테 바다 놀러 가자고 해 봐.

큰아들 녀석이 얼마 전에 해운대 바닷가에 갔다 오고는 재미가 있었는지 틈만 나면 바다에 가자고 합니다.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 핸들을 바닷가 쪽으로 꺾었습니다. 울산에서는 근처 바닷가라고 하면 감포, 정자, 주전이 있습니다. 감포는 조금 멀고 정자에는 싱싱한 횟감 사러 가끔 들리고, 바다 구경은 주로 주전 바닷가로 갑니다.

역시 바닷가 바람은 다르더군요. 바닷가 쪽으로 갈수록 바람이 차가워지는 걸 바로 느꼈습니다. 그러나 바다에 온 사실만으로 기쁨에 넘치는 아들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 없나 봅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마자 아빠, 엄마는 내버려두고 자기 혼자 신이 나서 달려갑니다. 이제 만 7개월인 작은아들 때문에 일부러 백사장이 아닌 자갈이 깔린 곳으로 갔습니다. 이게 또 신기한지 큰 녀석은 "왜 모래가 없어?" 라고 질문공세를 퍼붓습니다.



막상 도착하니 걱정한 것처럼 쌀쌀하지는 않더군요. 모처럼 바닷가에 앉아 한참 동안 햇볕을 쬐었습니다.

이제는 곧잘 앉아 있습니다. 파도가 신기하기만 한가 봅니다.


집에서 항상 부드러운 장난감만 가지고 놀다가 딱딱한 자갈이 낯선지 손에 들고 한참을 쳐다 보네요.


도착하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혼자 뛰어가서 자리 잡고 노는 큰아들입니다. ^^;


손가락을 저러고 있는 건 검지, 중지로 V가 안 되자 자기 나름대로 V자를 저런 식으로 표현합니다. ^^;


어느새 물이 많이 들어왔더군요. 하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노는 바람에 엉덩이 다 버렸다는...


아빠, 엄마 말은 안 듣는다. 남자는 땡깡이 있어야 한다. 브이 V~


실컷 놀다가 배고프다기에 주전 지역에서 가장 잘한다는 닭백숙 집으로 출발, 올여름 복날 대비를 벌써 했답니다. ^^v

한참 먹다가 자랑질하려고 한 컷~! -_-;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와이프가 그러더군요.

날씨가 너무 따뜻해 봄이 벌써 다 간 것 같다.
애 키운다고 정신없는 틈에 어느새 여름이 코앞에 왔네.

이상 고온 현상이고 예년 기온으로 곧 돌아간다고 하더라 했더니 기상청 이제는 못 믿겠다고 하는군요. 애 키운다고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 미안해지더군요. 그동안은 날씨 춥고, 황사 심하다는 등의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주말에도 집에만 있으려고 했는데 종종 함께 외출을 해볼까 합니다. 아빠랑 손잡고 뛰어다니면서 노는 걸 그렇게 좋아한 큰아들을 위해서라도 말이죠. ^^

  

그런데 저녁에 동생 녀석을 깨물어서 울리는 바람에 순간 울컥해서 등을 한 대 때려줬네요. 아빠, 엄마가 너무 동생에게만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 저라도 큰아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줘야지 하다가도 당장 눈앞에 작은 녀석을 더 챙기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그러다 보니 어린이집 다녀와서 집에서는 점점 혼자 노는 걸 즐기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전에는 안 그러더니 고집도 더 부리고, 동생한테도 심술을 부리는 일이 잦아지는군요. 아이고..., 육아는 쉬운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언제나 새롭고, 당황스럽고,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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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집에서 편안하게 쉬는 게 더 좋은 거 아닌가요? -_-a [본문으로]
  2. 능력이 안 되서 그렇지 여건만 된다면 이사를 가도 벌써 갔을 겁니다. ^^; [본문으로]
  3. 밭 갈다가도 국보급 문화재가 나온 일이 많다니 말 다한 거죠. [본문으로]
  4. 이거 아무래도 저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습니다. [본문으로]
  5. 개월수 좀 늘었다고 많이 점잖아졌더군요. 100일 사진 찍으러 가서는 울고 불고 난리나는 바람에 두 번째 가서야 겨우 성공했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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