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0일 구글이 한국 정부에 굴복하여 결국은 자사 동영상 서비스 YouTube를 4월 1일부터 인터넷 실명제에 따르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한 적이 있습니다.

한겨레 신문의 기사를 보면, 구글의 YouTube가 한국 정부의 인터넷 실명제에 따르기로 한 4월 1일이 지났지만 아직 인터넷 실명제에 따르지 않고 있다는 기사를 전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8일이니까 딱 일주일이 지난 시점입니다. 구글로서는 한국의 실정법과 세계 여론의 압박이라는 진퇴양난 속에서 나름 고민이 많았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실제로 구글이 한국에서 인터넷 실명제에 따라 YouTube에서 사용자들에게 개인 정보를 요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난 이후 국내뿐만 아니고 세계 각계에서 비난의 여론이 터져 나왔습니다.

일이 이렇게 흘러가자 구글은 D-데이 4월 1일을 맞이한 이후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알려진 것처럼 4월 1일부터 한국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올릴 때나 댓글을 달 때 사용자 개인 정보를 요구하지 않고 있으며, 그와 관련하여 어떠한 공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공은 방송통신위원회, 아니 한국 정부 쪽으로 넘어왔습니다. 인터넷 실명제에 따르라고 통보하고 나서 구글로부터 긍정의 답변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텐데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구글과 정부 사이에 이 문제와 관련하여 비공식적으로 어떤 말들이 오고 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양쪽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안겨주는 모양새는 분명히 아닌 것 같습니다. 악수를 둘 가능성이 크지만 정부 쪽에서 행동을 취할 순서입니다.


여기까지가 현재 구글이 예상하는 수순[각주:1]인 것 같습니다. 만일 정부가 절차대로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면, 구글로서도 대외적으로 명분이 생기겠지요. 우리는 우리의 정책을 고수하려고 할 수 있는 한 노력을 했으나, 각 나라의 실정법을 존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견해를 밝히겠지요. 스스로 그들 자신의 정책을 위반하고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행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국내외 여론에 대해 우리도 할 만큼 했다고 변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고 보아야겠지요.

이제 우리 정부는 어떤 조처를 할지 궁금합니다. 정부로서는 당연히 법대로 일단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태료 부과를 할 것입니다. 정부 권위가 달린 일이므로 흐지부지 넘어갈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법대로 하자니 이건 국내기업 같으면 눈도 깜짝 안 하고 그냥 밀어붙이면 되겠지만, 상대는 세계적인 거대 공룡기업 구글입니다. 전 세계의 눈과 귀가 항상 주시하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언론 탄압을 하고 있다고 국제기자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Journalists)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비난과 망신을 당한 정부입니다. 한국 정부가 이번 구글 YouTube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주목하고 있을 게 분명한데 거기다 대놓고 깨부수기도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지요. 이런 예상과 다르게 그동안 보여 왔던 현 정부의 독불장군식 밀어붙이기가 이번 사안에 또다시 나타날지는 미지수입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는 지름길로 달려가는 게 되겠지요.

잘못된 시작은 계속적인 악수를 유발한다는 것을 우리 정부는 또다시 경험으로 배우는 중[각주:2]입니다. 구글의 모토 "사악해지지 말자."가 정작 우리나라 현 정부가 새겨듣고 실천해야 할 좌우명이 아닌가 합니다.

☞ UPDATE (2009년 4월 9일):

▶ 한국 유튜브 공식 블로그: 한국 국가설정시 업로드 기능을 자발적으로 제한합니다.

한국 유튜브 공식 블로그에 글이 올라 왔군요. 가서 한번 읽어 보세요. 씁쓸합니다. 한편으로는 대리만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1. 확실히 이 방법이 더 효과적일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고 계속 사업을 할 수 있으며, 대외적으로 명분도 쌓게 되었으니 구글로서는 크게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
  2. 그러나 잘못되었다는 것 자체를 모르거나 알고도 인정을 안 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 이것이 더 정확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더욱 암울합니다. [본문으로]
3월 30일 날짜로 우리나라에는 부끄러운 기사 하나가 인터넷에 올라왔습니다. 많은 분이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구글이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인터넷 규제에 결국은 두 손 들고 대한민국 정부에 니 마음대로 하세요라고 YouTube를 현 정권의 인터넷 실명제 먹잇감으로 던져 준 날입니다.

구글로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표현의 자유 보장을 원칙으로 한다는 이용자 정책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긴 날로 기록될 겁니다. 구글 서비스의 계정을 만들려면 사용자가 해야만 하는 일은 자기가 사용할 아이디, 비밀번호, 사용하는 이메일 계정만 제공하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를 주름잡는 다국적 기업 구글도 한국 정부의 행정 편의주의와 시대착오적인 인터넷 규제라는 어뢰 한 방에 좌초되고 말았습니다.


하루 이용자 10만 명 이상의 사이트는 인터넷 실명제에 따라야 한다는 개정된 국내 정보통신망법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 결과 오는 4월 1일부터는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던 일이 대한민국에서는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유일하게 YouTube에 게시물(동영상)을 올릴 때와 댓글 하나 달 때마저도 무조건 실명 확인을 거쳐야만 하게 되었습니다. 성인 인증을 받을 때를 제외하고는 실명 정보를 요구한 적이 없다던 구글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는 댓글 하나 쓸 때도 실명 인증을 받기로 한 겁니다. 정말 기쁘고 자랑스러워서 웃음이 그치지를 않습니다.


인터넷 실명제를 시행하려는 이유 중 무분별한 악성 댓글에 의한 선의의 피해자를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목소리를 높여 왔고, 시기를 잘 타[각주:1] 다수 여론의 찬성을 등에 업고 유명무실했던 제도를 현 정권 들어와서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은 현 정권이 주장하는 바와는 다르게 인터넷 실명제를 정보 통제와 여론 장악의 수단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아 왔기 때문입니다. 현 정권의 행태로 유추해 보건데 안 봐도 비디오네요.

국내 UCC 업체의 경우 정책에 대한 비판이 담긴 내용의 동영상이 돌아다니는 것을 거의 용납하지 않던 정권입니다. 그런데 YouTube에 올라온 그런 부류의 영상은 대놓고 제재를 가하지 못 하고 있는 데다가, 얼마 전 조중동 광고주 리스트와 관련하여 구글 코리아가 압수수색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당시 실질적인 사용자 정보가 없다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아예 하지 않았다고 하니 이래저래 눈엣가시였겠지요. 구글을 타겟으로 해서 물밑 작업을 꾸준하게 벌여 왔겠지요. 그리고는 YouTube에 결정타를 날린 거겠고요. 대외적으로는 4월 1일부터 인터넷 실명제 확대 적용이라는 그럴 듯한 명분도 있으니 꺼릴 게 뭐 있겠습니까?

그리고 보면 현 정권의 집요함은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겉으로는 한 발짝 물러서는 듯하면서도 하겠다고 마음먹은 일이나 정책은 끈질기고 줄기차게 밀어붙입니다. 결단력이 있고 추진력이 있는 정부는 바람직하겠지만 이건 추진력이 아니고 까놓고 말해서 똥배짱 아닙니까?

구글은 이번 일로 YouTube의 철수까지 고려했지만 그러면 손실이 너무 크다고 판단해서 그냥 항복하고 말았다고 하는데, 과연 자신들이 고수해 온 글로벌 정책을 포기하는 것이 더 손실이 큰 것인지, 한국에서 YouTube를 철수하는 게 더 큰 손실인지 득실계산을 한참 잘못 한 것 같습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YouTube 철수지만 실제로 그렇게 일이 진행된다면 결국 구글 자체의 철수가 되겠지요. 그렇다고 해도 이번 구글의 결정은 잘못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발을 빼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의 원칙은 고수해야 했습니다. 구글이 한국에서 철수한다고 세계적으로 이슈화가 돼야 했습니다. 그 저간의 속사정을 한번 세계적으로 들추어 보게 해야 했습니다.
바로 얼마 전 인터넷 익스플로러 8의 공식 버전 발표와 함께 한국에서는 앞으로도 Active X를 이용한 통제와 구속을 계속적으로 지원한다는 소식과 함께 2009년 일사분기 최악의 뉴스가 아닌가 합니다.

구글은 현 정권에 또 하나의 눈먼 칼자루를 쥐여 준 꼴이 되었습니다.

어라? 글로벌 기업 구글도 꼬리를 말고 기는데 감히?




  1.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것도 언론 플레이를 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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