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저희 부부는 본가에 내려가 우리나라의 연중 행사라고 할 수 있는 김장 담그기를 하고 왔습니다. 여동생, 남동생네와 함께 그야말로 온가족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김장 담그기가 큰 일은 큰 일이더군요. 명절에도 시댁에 가 있는 여동생 얼굴은 보기 힘들지만, 김장한다고 모여라 하니 다 모이더군요. ^^

저희 부부 아들 둘, 여동생 딸 둘, 남동생 아들 하나. 어른들만 해도 꽉차는 아파트에 이렇게 꼬마 다섯이 빈 공간을 헤집고 다니며 뛰어 다니니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더군요. 그래서 저는 혹여나 김장 담그는 일에 방해가 될까봐 안방에 들어가서 방콕하는 만행을 가볍게 실행으로 옮겼습니다. 솔직히 며느리 둘에, 딸 하나까지 세 명이서 둘러 앉아 김장하니 뭐 제가 거들고 자시고 할 것도 없더군요. (아마 이 대목은 마눌님 감찰 나오면 지적사항이 될 확률이...;;)

그리고 지난 토요일은 제 생일이었습니다. 다 큰 자식이지만 어머니께서 "찰밥에 미역국 끓여줄테니 내려와라."고 하시기에 두 말 없이 그렇게 하기로 했었고, 확답을 받은 어머니는 그럼 겸사겸사 김장도 같이 하기로 하신 겁니다.


김장 담그기


올해에는 절여서 깨끗이 씻어둔 배추를 인터넷으로 여동생이 주문을 했더군요. 수요일 주문을 하면서 토요일까지 도착하게 해달라고 판매자에게 당부를 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정작 토요일 오후 5시가 다 되어가도록 택배가 올 낌새조차 안 보이는 겁니다. 여동생 입장에서는 애가 탔겠지요.

Salt-soaked cabb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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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한다고 사전 준비하고, 온 집안 식구들이 다 모였는데 정작 배추가 없다?

상상만 해도 난감함이 느껴지는 모습이더군요. 그렇게 시간만 흘러가고 있는데 울리는 전화벨 소리. 제가 받았는데 곧 택배 도착한다는 전화더군요. 통화는 그렇게 간단히 끝났지만 수화기 저편에서 '엄청 무거운 짐들이니까 다른 데 가지 말고 집에 꼭 있어.'하는 느낌이 전해져 오더군요. ^^ 가만 생각해 보니 명절이나 연말연시 뿐만 아니고, 김장철에도 택배하시는 분들은 바쁘겠더군요. 특히나 절인 배추는 한 박스(큰 사과 박스 기준) 무게가 만만치 않다는 걸 생각해보면 힘들기도 많이 힘들겠더군요.

택배
그와 동시에 참 세상 살기 편해졌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제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김장철이 되면 어머니는 시장에 직접 가셔서 좋은 배추를 고르기 위해 이곳 저곳 발품을 팔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배추를 사와서 다시 깨끗이 씻어서 소금에 절이는 작업까지 보통 꼬박 하루, 혹은 하루 이상씩 걸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 과정까지 다 되어서 택배를 이용해 집앞까지 배달을 해주니 얼마나 시간과 노력이 절약되는 겁니까? 준비해 둔 양념으로 김장을 담그기만 하면 끝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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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사실, 절인 배추는 포기 개념이 아니고 Kg 단위로 판매가 된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제가 따로 알아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포기 단위로 판매하는 분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김장 담그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가스 렌지 위에서는 돼지 수육이 펄펄 끓고 있더군요. 양념 잘 된 배추 속 하나 끊어서 따끈따끈한 돼지 수육 한 점을 싸서 먹는 맛! 아시죠? 아마 세상에서 돼지고기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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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바빴던 일은 하나도 없었는데 뭐 한다고 사진 한 장 찍어두지 못해서 공개된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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