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살다 보면 화려한 조명이나 건물에 익숙합니다.
건물을 새로 짓게 되면 금방은 화려하고 깨끗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고 관리를 안 해 주면 금방 도시의 색감으로 대표되는 회색 계열에 동참하죠. 그러다 보니 도시민들은 도시 어디를 가든 기분까지 우울하게 만드는 칙칙한 건물의 외벽을 많이 접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살고 있는 거겠죠.

Eric Grohe라는 벽화 전문 화가가 있습니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놀라운 'Trompe-L’Oeil'라는 입체화법으로 유명하다고 하는군요. 이 'Trompe-L’Oeil'라는 회화기법은 이전 포스트에도 언급이 되었습니다. 『실제일까? 사진일까? 그림일까?』, 『포장도로 위의 3D 착시(錯視) 작품들』이라는 포스트도 한 번 둘러 보시기 바랍니다.

Eric Grohe는 칙칙하고 식상한 도시의 건물 외벽에 3D 벽화를 이용하여 생기를 불어 넣어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일을 합니다. 그와 그의 조수 두 명이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1년 이상이라고 하네요.

특이한 것은 그들은 구글 어스와 위성 이미지 자료를 분석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3D 벽화를 만드는 데는 건물의 투영된 이미지 정보를 얻는 것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라는군요.


칙칙한 도시의 벽면에 생기를 불어 넣는 3D 벽화



위 건물은 미국 오하이오에 있는 병원의 외벽입니다.


우중충한 외벽이 위와 같이 탈바꿈했습니다. 한 세기 동안 이 병원에서 근무한 의사, 간호사를 포함한 모든 병원 근로자에게 바친다는 의미의 "Dedication"이라는 작품명으로 말이죠.


위 사진의 단조롭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한 벽은 위스콘신에 있는 밀러 맥주회사 내에 있는 벽면입니다.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시죠? ^^


그 심심하고 비좁아 보이던 벽면이 맞습니까?
그림상으로 뚫려있는 통로로 가려고 하다가 코 깨지는 직원은 없는지 모르겠군요.


새로 지은 건물에 "유리 조심"이라고 붙여 놓듯이, "코뼈 조심"이라고 붙여두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게 실제이고, 어떤 게 허구인지 짐작되시나요? 옷걸이, 앞치마, 클립보드 등은 벽화의 사실감을 높이기 위하여 일부러 붙여둔 것이라고 합니다. 통로라고 저 앞으로 뛰어가다가는...

위 장소는 워싱턴주의 시애틀에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 딜러샵의 주차장입니다.


딜러샵 48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작품명 "Serenity Road"로 변신 끝.
벤츠 타고 저 도로를 달려보고 싶은 충동이...


오하이오주의 거무튀튀한 건물 외벽입니다. 잘 봐두세요.


작품명 "A Century of Heroes".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고등학교 풋볼팀의 전통과 오래된 역사를 홍보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이 지역의 명물이 되고도 남겠습니다.


위 사진은 역시 오하이오주에 있는 오래된 벽돌 건물 외벽입니다.


작품명 "Liberty Remembers".
죽어가는 한 병사가 284명의 노병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유의 여신에게 안겨있는 모습입니다. 이 벽화가 거의 완성될 당시 9.11 테러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에 Eric은 예정에 없던 문구를 새겨 넣습니다.
"Her torch still shines, our flag still waves. (여신의 횃불은 여전히 타오르며, 우리의 국기는 여전히 휘날린다.)"


생기 없는, 무미건조한 회색 도시의 건물 외벽입니다.


벽화와 함께 대대적인 보수 공사가 있었네요.
도시 입구에 이 벽화가 생기고 나서 도시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아주 멋지고, 감명 깊은 환영 메시지를 전달하며, 많은 콘서트와 시민 이벤트 때에도 애용된다고 합니다.


거의 흉물 수준에 가까운 외벽입니다.


작품명 "Marion Heart of Ohio".
네 개의 조각상은 도시가 세워질 때 근간이 되었던 개척, 농업, 산업, 그리고 교육을 의미한다네요. 이것이 지탱하고 있는 지구의(地球儀)는 미래를 뜻하며, 그 위에 앉아있는 젊은 여성은 현재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좀전에 흉물이라고까지 했던 그 건물이 맞나요? 다른 곳을 찍어와서는 우기는 건 아니겠죠? ^^



위 작품은 지역 철강산업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1992년 만들어진 작품 "Steel".



Eric Alan Grohe:

- 1944년 미국 뉴육 태생.
- 1961년 그래픽 디자이너와 삽화가로 시작.
- 1973년부터 그만의 작품 세계를 시작하여, 오늘날 큰 규모의 Trompe-L’Oeil  벽화 분야의 선두.

얼마 전 네스호의 괴물로 유명한 네씨(Nessie)가 구글 어스에 잡혔다고 해서 떠들석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구글 어스(Google Earth)는 구글에서 제공하는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세계 지도 서비스입니다. 인공위성에서 네스호를 찍은 사진 중에 호수면 위에 물결을 일으키는 괴물체가 포착되어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 더선이 대서특필한 것을 두고 호사가들 사이에 네씨의 출현이 아니냐는 의문이 돌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봤을 때는 그냥 단순한 보트 등에 의하여 생긴 물보라 같던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은가 봅니다. ^^

이번 일을 계기로 역사 속 네스호의 괴물 네씨 목격 장면을 다룬 기사가 영국 Telegraph에 떴네요.


역사 속 네스호의 괴물 네씨


네스호의 괴물 네씨

이 사진이 문제의 구글 어스 사진입니다.


네스호의 괴물 네씨

호수 위 가운데 흰색 점 부분을 확대한 모습입니다. 제가 볼 때는 그냥 단순히 보트를 즐기는 관광객이나 여행객 정도로 보이는데...


네스호의 괴물 네씨

2007년에 나온 55세의 영국인 Gordon Holems 씨가 역사상 가장 확실한 네스호에 괴물이 존재한다는 증거라고 주장한 사진.


네스호의 괴물 네씨

1998년 보트 관광객들에 의하여 촬영된 호수를 가로질러 수영하고 있는 물체.


네스호의 괴물 네씨

1977년에 네씨가 존재하는 증거 사진이라고 했다가 조작으로 판명난 사진. 이 사진 촬영자인 Anthony Shiels 씨는 Urquhart 성 근처에서 캠핑하다가 찍은 것이라고 주장했다는군요.


네스호의 괴물 네씨

전직 육군 대위 Frank Searle 씨는 1970년 초반에 네스호의 괴물을 조사하기 위하여 네스호에 왔답니다. 그는 다수의 네씨라고 주장하는 사진을 찍어서 신문이나 잡지 등에 의하여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의하여 사진 전부가 조작이라고 판명났다죠.


네스호의 괴물 네씨

1972년 촬영된 사진. 등쪽에 혹이 튀어나온 괴물이 입을 벌리고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네스호의 괴물 네씨

Robert Rines 박사가 이끄는 네씨를 찾기 위한 원정대가 1972년 촬영한 사진. 거대한 동물의 지느러미나 물갈퀴처럼 보이는 것이 찍혀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에게 공개한 사진은 또렷하고 선명하게 하기 위하여 수정작업을 한 것이라고 합니다.


네스호의 괴물 네씨

앞서 Rines 원정대에 의하여 1972년 촬영된 이 수중 사진에는 장경룡(長頸龍: 수장룡)처럼 보이는 생물체가 보입니다.


네스호의 괴물 네씨

은행 지점장 Peter MacNab 씨는 1955년 Urquhart 성 근처에서 호수를 가로질러 움직이는 거대한 무엇을 찍었다는군요.


네스호의 괴물 네씨

1951년, Lachlan Stuart 씨가 호수면 위에 혹처럼 보이는 것이 떠오르는 것을 찍었다고 하는 사진입니다. 후에 Richard Frere라는 작가가 Stuart 씨가 혹이라고 한 것은 건초를 포장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자백을 자신에게 했다고 합니다.


네스호의 괴물 네씨

1934년 4월, Robert Wilson 대령에 의하여 찍힌 사진.


네스호의 괴물 네씨

그러나 실은 장난으로 만든 사진이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네스호의 괴물 네씨

1933년 11월 12일, Hugh Gray라는 사람이 교회 뒤편에서 강변을 따라 산책하다가 보게 된 거대한 면적의 물체 사진. 호수 위에 커다란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고 하는군요.

보시다시피 거의 대부분의 네씨라고 주장한 사진들이 가짜로 판명되었습니다. 돈이나 명성을 노리고 모여든 사람의 입에서 괴물이라고, 네씨의 사진이라고 주장한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제는 이런 거짓말에 사람들이 속지 않죠. 만약 제일 위의 구글 어스에 찍힌 사진이 실제 괴물이라고 해도 사람들을 믿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가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단지 물보라가 일고 있는, 그것도 상세 사진도 아니고 달랑 흐릿한 사진 하나 가지고 괴물이네, 어쩌네 했다가는 돌 맞을지도 몰라요. ^^


- via Telegraph.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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