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컴퓨터를 통한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그렇다면 혹시 컴퓨터 부품 중에 하드 디스크를 뜯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전에 발행한 포스트 중 『오래된 컴퓨터와 VCR을 재활용한 오토바이 - Unlimited Drive』에서도 폐컴퓨터 부품을 이용하여 만든 오토바이 모형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시간 나시면 재미삼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우크라이나의 IT 기업인 VIST의 공식 홈페이지의 한 페이지에는 장난감 사진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 회사는 IT 기업일 뿐 장난감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회사랍니다. 그렇다면 이런 장난감 사진이 올라와 있는 이유가 뭘까요?

그 이유는 그 장난감들이 회사 직원에 의해서 컴퓨터의 부품, 그것도 오직 하드 디스크의 부품으로만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하드 디스크 부품으로 만든 모형


러시아로 설명된 페이지를 구글로 번역해 본 바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것을 만든 직원의 손재주를 매우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외부에 비치는 이미지를 생각해서 한 자 첨언하는 걸 잊지 않고 있네요.
자유시간이 많아서 이런 장난감을 만든 게 아니고, 쉬는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만든 것이라고 말이죠.


위의 새 모형은 고정형태가 아니라, 목 부분과 다리 부분을 움직일 수 있다고 하는군요.
하드 디스크를 뜯어본 분이시라면 새의 부리를 포함한 여타 각 부위가 하드 디스크 부품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미래에서 온 듯한 군용차량처럼 보이는 이 모형은 실제로 앞, 뒤 서스팬션이 장착되어 있고, 3V로 구동되는 작은 엔진(모터)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구동까지 가능한 형태라는 거죠.


공식 기업 홈페이지에 따로 이런 것을 소개해 놓는다는 자체가 대기업에서는 볼 수 없는 자유스러움이 물씬 느껴집니다.

그건 그렇고, 정말 대단한 손재주네요. 저는 하드 디스크 뜯어서 플래터와 자석만 챙기고 모두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는데 사람에 따라 이런 작품으로도 탄생합니다. ^^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에 장착된 가장 흔한 물리적인 저장장치로 HDD가 있습니다. 자료의 끊임없는 읽기, 쓰기로 인하여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주변장치 중의 하나로 자리 매김하고 있습니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저장장치로써의 입지가 몇 년 전 처음 대중에게 선을 보인 SSD(Solid State Drive) 때문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장장치로써의 가치를 따지는 거의 모든 척도에서 SSD에게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속도라는 관점에서 볼 때, 물리적인 헤드가 플래터의 안쪽과 바깥쪽을 바쁘게 오가며 데이터를 읽고, 쓰고 하는 HDD에 비하여 전자 장치인 메모리에서 바로 데이터 작업을 하는 SSD는 애당초 비교 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특히나 데이터 액세스 속도에서 두드러진 강점을 나타냅니다. 동시에 많은 파일에 접근하는 경우 데이터 액세스 속도가 빠른 쪽이 성능에서 앞서 나가게 됩니다.

컴퓨터 사용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문제 중의 하나가 소음입니다. 컴퓨터가 전자, 전기, 기계 장치들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고요한 방 안에 컴퓨터 한 대를 놓는 순간 이전에 없던 여러 가지 소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구성 부품 중에서 모터, 스핀들과 같은 기계 장치로 구성된 HDD가 소리없이 작동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소음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므로 최대한 소음을 억제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SSD는 거의 무소음에 가까운 환경을 제공해 줍니다. 저처럼 무딘 사람도(-_-;) 고요한 방 안에 울려 퍼지는 하드디스크의 동작소리는 귀에 거슬리더군요. 특히 성능이 뛰어난 HDD일수록 시끄러운 경향이 좀 있습니다. WD사의 랩터 시리즈나 아니면 더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를 자랑하는 SCSI 방식의 HDD들이 회전수가 높다 보니 소음이 더 큰 경우입니다.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WD사의 Raptor

Raptor X

가장 최근 제품인 VelociRaptor



저장장치가 필수적으로 가져야만 하는 특징 중의 하나는 안정성입니다. 시끄럽고 속도 좀 늦으면 어떻습니까? 내가 힘들게 작업한 자료들을 에러 없이 잘 저장해 주면 그래도 그놈은 저장장치로써의 제 기능은 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HDD는 구조적인 특성상 외부 충격에 상당히 약합니다. 무엇보다도 동작하고 있을 때 외부로부터의 충격은 아주 치명적입니다. 운 없으면 HDD가 사망하는 지경까지 이르는 수도 있습니다. 아래 동영상에도 나오지만, SSD는 동작 중일 때라도 외부 충격에 아주 강한 면모를 보입니다.

저장장치의 특징 중 큰 것만 놓고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왜? 저런 식으로 HDD로는 안 되는 일들을 SSD를 사용하면 쉽게 해결되는데 왜 HDD
가 PC 혹은 노트북에서 여전히 저장장치로 자리하는 걸까요? 짐작하셨겠지만, 답은 바로 ''입니다. 아픔이 있지만 그래도 성능을 위해서, 출혈이 있지만 그래도 안정성을 위해서. 이러한 자기 합리화를 통해 SSD를 선택하려는 시도를 원천 봉쇄해버리는 것이 HDD와 SSD의 가격차이에 있습니다. 여기서는 범위를 일반적인 경우에 한정하니 그래도 꿋꿋하게 SSD를 사용하는 분들은 논외로 칩니다. ^^;

단적인 예로, 2007년 정도에는 SSD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용량의 HDD를 100대 이상 구입할 수 있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비슷한 용량일 때 가격 차이가 100배가 넘게 났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컸습니다. 바로 얼마 전 소식에서도 아직 노트북에 HDD 대신 SSD로 대체할 때 용량에 따라 $100~$600까지 추가비용이 발생한다고 통계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런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플래시 마케팅 매니저인 브라이언 비어드씨에 따르면 지난 5년간 SSD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플래쉬 메모리 가격이 매년 40%, 50%, 60% 이상씩 급락했다고 합니다. 이 추세대로 나간다면 조만간 수년 내로 SSD가 HDD와 가격적인 면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위치에까지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HDD는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급
격하게 HDD가 SSD로 대체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추후 사람들이 GB 당 단가를 따졌을 때 이 정도 가격 차이면 조금 비싸더라도 HDD 대신 SSD를 선택하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바로 그때가 저 역시 HDD를 SSD로 바꿀 기회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장용도로 사용 중인 몇 테라가 넘어가는 HDD를 모두 SSD로 바꿀 수는, 바꿀 필요도 없겠죠.

참고로, 삼성에서 SSD와 HDD를 비교한 동영상을 보시죠.






세계적인 HDD 메이저 생산업체 중에 한 곳인 씨게이트가 큰 난관에 봉착한 것 같습니다. 일부 혹은 상당한 양의 Barracuda 7200.11 모델에서 불량 펌웨어 때문에 데이터 저장매체 생산업체에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 이미지 신뢰도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합니다.


바라쿠다(Barracuda) 7200.11 HDD 모델 펌웨어 문제


씨게이트 홈페이지의 커뮤니티 포럼의 정보에 근거하면, 태국에서 생산된 Barracuda 7200.11 1TB 3.5인치 모델(ST31000340AS, Firmware level SD15)에서 펌웨어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3달에서 5달 정도 동작을 하다가 펌웨어 결함이 있는 하드 드라이브는 어느 순간 갑자기 시스템에서 인식을 못 하거나 잠금장치를 한 것처럼 하드 드라이브에 접근하지 못하게 된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태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된 자료는 손실되지 않고 남아 있지만, 드라이브는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고 합니다. 이 문제가 비단 1TB의 Barracuda 모델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고, 2008년 12월 같은 플랫폼에서 생산된 씨게이트의 1.5TB, 640GB, 500GB, 320GB, 160GB Barracuda 7200.11과 일부 Maxtor와 ES.2 모델에서도 나타난다고 하는데 그 심각성이 더하고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씨게이트에서는 문제가 있는 하드 드라이브를 소유한 고객들에게 펌웨어 업데이트를 제공할 것이라고 합니다. RMA(Return Merchandise Authorisation)를 통한 제품 교환은 교환되어 온 제품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므로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겁니다.

아래는 이번에 펌웨어 문제가 발생한 Barracuda 모델들이 사용되고 있는 지역입니다.

Barracuda 펌웨어 문제에 영향을 받는 국가들. - MSFN(Microsoft Software Forum Network) 포럼의 유저 DerSnoezie 제공


보시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도 포함되어 있네요.

아래는 씨게이트의 대변인 Mike Hall이 밝힌 전문입니다.

씨게이트는 2008년 12월 생산된 펌웨어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일부 Barracuda 7200.11 하드 드라이브와 또한 같은 플랫폼에서 생산된 관련이 있는 제품군의 제품들을 따로 특별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호스트 시스템에 전원을 공급해도 사용자들이 하드 드라이브에 있는 자료에 접근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고객만족의 일환으로 우리는 그러한 문제가 있는 제품들에 무료로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하드 드라이브가 영향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면  씨게이트 지원 웹 사이트인 아래 주소로 방문하시면 됩니다.
http://seagate.custkb.com/seagate/crm/selfservice/search.jsp?DocId=207931
(☞ 주: 위 주소는 접속 폭주로 인한 것인지 503 에러와 함께 현재 접속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씨게이트 콜센터를 통해서도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1-800-SEAGATE (1 800 732-4283)

신속한 처리를 위하여 씨게이트로 이메일(discsupport@seagate.com)을 보내셔도 됩니다. 보내실 때 다음의 디스크 드라이브 정보를 함께 보내주십시오.: 모델 번호, 시리얼 번호와 현재 펌웨어 리비전. 고객의 이메일 요청에 그 즉시 적절한 지침을 제공하겠습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자료 손실은 없으며, 자료는 드라이브 상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는 경우라면 씨게이트는 데이터 복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할 것입니다. 씨게이트는 고객 혹은 고객의 회사에 이번 일 때문에 생긴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여러분과 함께 신속하게 문제를 처리해 나갈 것입니다.

씨게이트가 제공하는 고객지원 국제 전화번호 목록이나 다른 접촉 방법을 원하신다면, 아래 주소로 방문해 주십시오.
http://www.seagate.com/www/en-us/about/contact_us/

* 이러한 제품들에 저장된 자료에 대한 안전문제는 없습니다.

아래 도표는 이번 사태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모델들입니다.


문제가 된 씨게이트의 같은 모델 제품을 사용하시는 분들은 온라인 시리얼 번호 검증 도구를 사용해서 같은 펌웨어 리비전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주: 여기도 역시 현재 사용불가라고 뜹니다. 사용불가로 나오는 분들은 나중에 다시 시도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 컴퓨터에 물려서 돌아가는 하드디스크 중에도 펌웨어 리비전 SD15인 7200.11 500GB 모델이 두 개가 있는데 생산 시기가 2008년 12월은 아닙니다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일단 중요한 자료는 백업부터 해야겠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제일 선호하는 HDD 제조업체가 WD이고, 그 뒤로 Seagate가 호감이 가는 중이라 씨게이트 제품을 늘려 왔었는데 이거 실망이 큽니다.

문제는 이번 일이 근래에 터진 것이 아니고 포스팅하면서 이곳저곳 들려 보니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더군요. '바라쿠다 돌연사'라고 제법 유명합니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용자들은 그저 자기 복이나 운이 없음으로 돌리고 말이지요. 더군다나 초기에 자사의 포럼에서 이러한 문제를 제기한 사용자들의 아이디를 블럭 처리까지 하면서 쉬쉬한 모양입니다. 이 정도면 기업의 도덕성이 의심되는 수준이군요.

☞ UPDATE ('09.01.22):
업데이트된 Firmware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모델을 보유하신 분들은 자신이 판단하셔서 펌웨어 설치 여부를 결정하세요. 아래 링크로 가시면 HDD 모델과 함게 업데이트된 펌웨어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Firmware 업데이트

링크 사이트 내에 빨간 글씨로 적혀 있는 것을 요약하면, 펌웨어 업그레이드할 때 최악의 경우 HDD 안의 자료가 날라가거나 하드 드라이브의 비정상적인 작동을 초래할 수 있으니 가능하면 백업을 하라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용량이 워낙 크니 백업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군요.

다운로드 링크에 걸려 있는 자료는 부팅 가능한 CD를 만들 수 있는 ISO 파일입니다. CD로 구워서 CD 부팅 후 펌웨어 업데이트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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