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질문부터 먼저 하겠습니다. 바쁘시지 않다면 댓글 좀 부탁합니다~

결혼은 하셨는지요?
결혼을 하셨다면 아이가 있습니까?
아이가 있다면 몇 명입니까?

저는 결혼이 좀 늦었습니다. 결혼이라는 것이 결코 자기 생각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차츰 알아갈 무렵이었습니다. 어느 눈먼 아가씨가 덜컥 걸려들었습니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도둑놈 소리 들으면서(5살 차이 납니다. 5살은 양반 아닌가요? ) 장가갔습니다.

결혼하고 나니 또다시 생각처럼 안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1년간의 신혼생활을 보장해 달라는
집사람의 요구 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2세 계획에 돌입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하늘을 보게 해줘도 우리 마눌님 별을 따지를 못하는 겁니다. 그렇게 어영부영 2년이란 세월이 그냥 갑니다.

굿이라도 해야 하나? 아니면 현대 의학의 힘을 빌려야 하나?
심각하게 민간요법과 현대의학을 놓고 고민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집사람이 화장실에서 나오더니 숨겨둔 저의 비상금 발견했을 때와 같은 얼굴을 하고 나오는 거였습니다. 도둑이 제발 저리다고 저는 순간 뜨끔하여 정말 속으로 화장실에 비자금을 숨겨둔 곳이 어디였는지 빠르게 기억을 더듬고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잔소리 들을 생각에 고민하고 있던 저에게 집사람이 다가와서 입을 열었습니다.

집사람: 좋은 아침이네.
부스카: 으...응.
집사람: 오늘이 무슨 날이게?
부스카: ...글쎄. (무슨 날은 비자금 털린 날이지. )
집사람: 축하해요. 아빠가 된 걸 축하해~!

벌써 몇 년 전인 그 당시의 대화내용을 기억하는 것을 보면 저 역시 말은 안 하고 있었지만 정말 기뻤었고, 기다려 왔던 일임은 틀림없었나 봅니다. 그렇게 해서 결혼하고 만 3년을 꼬박 채우고 나서 큰 아들 녀석이 저희 부부에게 오게 됩니다.



- 출생: 2005년 11월 23일 산

- 혈액형: B형

- 특기: 땡깡 부리기

- 취미: 고집 부리기, 밥 안 먹기






초보 아빠, 엄마이다 보니 저희 역시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됩니다. 지금도 저는 큰아들 녀석에게 가슴 저 밑바닥에 미안한 감정이 있습니다. 기다리기만 했지 준비되지 못한 아빠였기에 아빠가 주어야 할 사랑을 충분히, 제대로 전해 주지 못했고, 여전히 제 기준으로 아이의 행동을 판단하는 우를 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맙게도 큰 녀석은 씩씩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큰 녀석이 웬만큼 자기 앞가림 정도는 하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욕심이 나더군요. 형제 없이 아이 혼자 자라게 하는 건 정서상으로도 좋지 않다는 사실을 결혼하기 전부터 어디서 주워들어 알고 있던 저는(-_-v) 그 사실보다 나중에
머리가 하얗게 세서도 이 녀석들 학비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경악합니다. 그래서 이왕 더 낳으려면 집사람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저지르자고 마음먹은 뒤 마눌님을 살살 꼬드기기 시작합니다. 순진한 우리 마눌님 이건 순전히 우리 자식들의 정서를 위하는 일이라는 저의 말을 철석같이 믿습니다.

저는 지금에 와서 하는 말이지만, 첫째는 딸, 둘째는 아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 첫수순부터 틀어집니다. 그래, 딸→아들도 좋지만, 아들→딸도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합니다. 그래서, 집사람과 매번 산부인과를 갈 때마다 틈만 나면 담당 의사에게 둘째의 성별을 넌지시 캐묻고 다니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그런데 담당의사 역시 저 못지않더군요. 끝까지 말을 안 해 줍니다. 결국, 임신 8개월이 지나서야 드디어 저희 부부에게 성별을 알려 줍니다.

축하드립니다. 아들이군요. 좋으시겠습니다.

거짓말 안 하고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조금 서운했다기보다 조금 아쉬웠습니다. ^^;
이제 좀 컸다고 설치고 다니는 큰 녀석 하나도 감당하기 벅찬데 나중에 둘이서 헤집고 다니며 정신을 쏙 빼놓을 걸 생각하면 아득하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아무튼, 2달 뒤 둘째 녀석을 병원에서 첫째 때와 마찬가지로 집사람의 손을 잡고 분만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습니다. 첫째 놓고 그 당시 꾸리고 있던 네이버 블로그의 포토로그에 사진을 올리면서 "
정말 분만실에 함께 들어가지 못 한(혹은 아니 한) 남자는 그 설레는 환희와 감동을 절대 상상도 할 수 없으리라."라는 다소 건방진 멘트를 하나 적어 놓게 됩니다;;; 그리고, 둘째 때도 마찬가지로 첫째 때 우는 아들 녀석을 보고 느꼈던 감동을 똑같이 느낍니다. 정말 제가 머리털 나고 그렇게 순간적으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도록 핑 돌 만큼 감격을 느낀 적은 분만실에서의 두 번의 경험이 처음이었으며, 아직까지는 마지막이었습니다.



- 출생: 2008년 9월 5일

- 혈액형: O형

- 특기: 아빠, 엄마에게 안겨 있기

- 취미: 낯가림 적절히 해주기




그런데, 둘째 녀석은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장염 때문에 곧바로 다시 병원에 입원해서 일주일을 인큐베이터에서 지내게 됩니다. 저도 저지만 이때는 집사람 안심시키고 달래고 한다고 정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두 녀석 모두 건강하게 잘 크고 있습니다.

큰 아들입니다.

작은 아들입니다.


둘이 닮은 것 같나요? ^^;

왜 미운 4살이라는 말이 나오게 됐는지 절대공감할 만큼 말 안 듣는 큰 놈과 한시도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둘째 놈도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 큰 녀석은 낯가림을 안 해서 그거 하나는 편했는데, 작은 녀석은 낯가림까지 하니 집사람이 아이에게 묶여서 꼼짝달싹을 못 하는군요. 게다가 잠시도 누워 있지를 않으려고 해서 집에서 주말을 보내면 오히려 평일보다 더 피곤합니다. 그래도 이제 더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으니 이런 순간도 지금이 마지막이다 생각하면 또 그것으로 충분히 스스로 위로가 되곤 합니다.



그런데 둘째 녀석 키울 때는 큰 녀석 키울 때의 좌충우돌 육아경험을 살려 좀 낫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글쎄요.'군요. 자기 형이랑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아빠, 엄마에게 형제 아니랄까 봐 쉬운 육아 경험을 주지는 않는군요.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그냥 낳기만 하면 아빠, 엄마가 되는 건 아니라는 걸 또다시 절감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둘째가 감기에 걸려 집 앞 동네의원에 갔다가 본 글귀가 있는데 마음에 와 닿는 게 있어서 제목만 기억하고 있다가 오늘 시간이 나기에 검색해 봤습니다. 알고 보니 동네의원이나 한의원 같은 곳은 대부분 걸려 있을 만큼 나름 유명하더군요.


이걸 프린트해서 매일매일 보고 또 보고 반복적으로 계속 봐서 가슴 속에 새겨야 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 아빠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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