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위 내시경, 대장 내시경를 비롯한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에 비해 소화기능이 약한 건지 자주 배가 아픈 편입니다. 그리고 체하기도 잘 하는 편이고요.
이번에 내시경을 비롯한 건강검진 받는 것을 결심한 이유가 추석 전 벌초할 때 체기 때문에 일주일 이상을 고생한 것 때문입니다. 벌초는 제대로 하지도 못했지요. 송구스럽게도 어른들 열심히 풀 베실 때 그늘에 앉아 쉬다 왔습니다.

이전부터 자주 배 아프고, 체하고 하다보니 위 내시경을 한번 받아보라는 아내를 비롯한 주위의 권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계속 미루기만 했었지요.
그러다가 이번에 체기로 일주일 이상을 고생하다 보니 저 역시 살짝 걱정이 되더군요.

그래서 위 내시경 검진을 받기로 하고, 하는 김에 대장 내시경과 기타 건강검진까지 다 하기로 했습니다.



건강 검진 받을 나이이신가요??


내과 전문병원에 가서 예약을 했는데 울산에서는 내시경 잘 하기로 소문난 곳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예약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토요일 오전으로 하려고 하니 한참 뒤로 밀려 버리고, 평일 오전으로 하기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결국 10월 7일 목요일 오후 2시 30분으로 예약했습니다.
간호사가 물약 2개와 함께 알약 2개를 주면서 주의사항을 설명하더군요.
검사받기 전날 저녁은 죽이나 미음, 혹은 밥을 물에 말아서 가볍게 먹고 반찬은 먹지 말 것을 당부하더군요. 그리고는 1시간 정도 있다가 아래 사진에 보이는 물약(45ml)과 함께 알약 2개를 함께 복용 후 실내 걷기 운동을 하라고 했습니다. 10컵 이상의 물과 함께 말이죠.

공포의 물약 -_-

결코 좋은 맛은 아닙니다.


어떤 용도의 약인지는 대충 짐작들 하셨을 겁니다. 경험한 걸 한 마디로 전해 드리면,

끝내 줍니다. -_-;

다음 날 아침을 굶고, 하나 남은 물약을 다시 복용했습니다. 5컵 이상의 물을 마시고요.
뭐 물을 이렇게나 많이 마셔도 오줌으로는 거의 안 나옵니다. 경험해 보시면 압니다. ㅎㅎ

점심 역시 건너 뛰고, 약속 시간에 맞춰 병원으로 갔습니다.
수면 내시경을 신청했기 때문에 자다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렇지 않더군요.
간호사가 "수면 내시경이라고 해도 하는 말이 다 들리기 때문에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하면 말대로 따라 주시면 됩니다."라고 하더군요. 실제도 주위에서 하는 말이 다 들렸습니다.

위 내시경이 끝나고 누운 자리에서 바로 자세만 바꾸고 대장 내시경을 했습니다.
위 내시경보다는 시간이 더 걸리더군요.

IS A SCENE IN A GASTROINTESTINAL ENDOSCOPY SUITE. HERE THE ENDOSCOPIST IS INSERTING THE FIBER OPTIC ENDOSCOPE THROUGH THE PATIENT'S OROPHARGYNX WHILE THE PATIENTS HEAD IS BEING HELD BY A GI LAB NURSE. THERE IS MONITOR IN THE CENTER OF THE FRAME TOWARD THE TOP WHICH SHOWS THE ENDOSCOPIST WHERE HE IS. HE IS ACTUALLY LOOKING AT SECOND MONITOR IN FRONT OF HIM TO THE LEFT OF THE FRAME WHICH IS NOT VISIBLE IN THIS PHOTO. THIS IS A VIDEO ENDOSCOPY FOR POSSIBLE PEPTIC ULCER DISEASE. ENDOSCOPE OF OROPHARGYNX PEPTIC ULCER DISEASE


내시경 검진이 끝나고 휴식실에서 약 30분 가량을 누워 있었습니다.
정신은 말짱했고, 몸도 제 생각대로 다 움직이는데 누워서 쉬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대장 내시경을 했기 때문에 방귀가 나올 겁니다. 참지 말고 바로 바로 뀌세요. 참으면 배 아프니까 참지 마세요."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제가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방귀를, 그렇게 큰 소리로, 남 신경쓰지 않고 뀌어 보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옆 침대에는 저보다 조금 빨리 내시경하고 나오신 할머니 한 분이 누워 계셨는데, 할머니와 저는 처음 본 사이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함께 피리 공연을 했답니다. -_-;

저는 이렇게 모든 상황이 다 기억납니다.
그런데 개인의 차이인지, 병원에서 약을 쓰는 차이인지 제 동서는 내시경 끝나고 휴식실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 악수도 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했지만, 나중에 처형이 물어보니 전혀 그런 기억이 없다고 했답니다.
하기는 같이 근무하는 사람도 제가 수면 내시경으로 한다니까 그럼 꼭 보호자를 데리고 가라고 하더군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의사가 검사 결과를 설명해주지만 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무슨 말을 들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고 하더군요.

제가 이런 약에 강한 건지, 제가 간 병원에서 약을 약하게 쓰는 건지 그건 모르겠습니다.

내시경 결과는 위는 깨끗한 편이라고 하더군요.
역류성 식도염위염이 약간 있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대장 내시경 결과는 용종이 두 개가 있었다고 하면서 사진을 보여주더군요.
하나는 크기가 작아서 내시경에 있는 집게로 바로 제거했고, 하나는 크기가 제법 커서 따로 기구를 넣어 용종을 묶어서 제거했다고 합니다.
이번 주 목요일 조직검사 결과도 보고, 당 수치가 좀 높게 나와서 공복에 혈당검사를 하기 위하여 병원에 다시 방문합니다.

아직 조직검사 결과가 안 나왔지만 걱정한 것에 비해서는 결과가 좋게 나와서 시간은 오래 거렸지만 마음이 가볍더군요. 아무튼 피 검사, 엑스-레이를 비롯한 검사까지 모두 하니 시간이 오후 6시가 넘었더군요. 결국 하루 종일 쫄쫄 굶은 거지요.

지금에서야 드리는 말씀이지만 내시경 예약은 날짜가 뒤로 밀리더라도 오전으로 하세요.

건강 검진 받을 시기가 됐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고 계시다면 눈 딱 감고 하루 투자하라고 권해 드립니다. 결과가 좋게 나와서 그렇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늘 한 켠에 있는 짐을 털어낸 것처럼 홀가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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