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 방문하시는 분 중에는 이미 결혼하셔서 육아에 전념하고 계신 분도 많으실 거로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 사내아이들만 있는 집도 계시겠죠?
저희 집도 아들만 둘입니다. 큰아들 재성이가 6살, 작은아들 성민이가 3살입니다.
그 동안은 큰아들 녀석만 정신없게 만들었지만, 아시다시피 3살이면 뛰어다니고 사고칠 건 다 치고 다닙니다. 아쉬울 때는 아직 엄마, 아빠를 찾습니다만, 평소에는 자기 형을 "형아, 형아"하면서 졸졸졸 따라 다닙니다.

세살 터울이다 보니 대견하게도 큰아들 녀석이 이젠 자기 동생 챙길 줄도 알고, 간혹 수 틀리면 쥐어박고 울리기도 하지만 함께 잘 놉니다. 다시 말해서 부모의 입장에서는 이제 사고를 쳐도 같이 하다 보니 뒷처리하기도 2배 이상의 힘이 듭니다.
예전보다 아내의 목소리 옥타브가 올라가는 일도 잦고요.

어제 아침입니다. 아내의 비명소리를 듣게 된 것이...


엄마가 미워서가 아니고,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요.


무슨 일인가 싶어 가봤더니 아내가 머리카락이 한 웅큼 묻어 있는 베개와 종이를 들고 급하게 나옵니다.
큰아들을 보니 엄마한테 혼이 났는지 뚱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른손을 보니 가위가 하나 들려져 있습니다.

순간 직감이 옵니다.
'아하, 이놈 오늘 큰 사고 쳤구나.'

개구장이 큰아들 재성이. 어린이집에서 소풍가서 캐온 고구마를 들고~

작은아들은 이제 눈치도 빠릅니다. 이럴 때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득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잠시 뒤 엄마가 머리를 산발을 하고 잔뜩 화난 얼굴로 들어 옵니다.
그러고는 아들에게 묻습니다.
"너 엄마 머리를 왜 잘랐어?"

그렇습니다. 큰아들 녀석 아침 일찍 일어나더니 아침부터 건수를 찾아 돌아다니다 발견한 것이 바로 자는 엄마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거였습니다. 그것도 그냥 무턱대로 자른 게 아니고 스케치북 한 장 찢어와서 엄마 머리 맡에 깔고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엄마 머리 손질을 해준 것이지요.

엄마는 처음에 서걱서걱하는 느낌에 눈을 떠보니 머리카락이 먼저 눈에 들어오더랍니다. 그 옆에 재성이가 가위를 들고 웃고 있길래 잠결에, 이 녀석이 가위로 자기 머리를 잘랐나 보다, 하고 꾸짖으려고 일어났는데 자신의 머리에서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진 것이지요.

제가 알기로 처형이 하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하고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성이 하는 말이 걸작입니다.

"엄마가 미워서 그런 게 아니고, 엄마를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예요."

자식이 엄마를 사랑해서 그랬다는 데 엄마가 더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

제가 보니 머리에 땜빵이 생긴 것도 아니고, 보기 싫을 정도로 쥐 파먹은 것도 아니더군요.
그 말 듣고 아이에게 뭐라 한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엄마가 재성이를 데리고 방에 들어가서는 한 동안 안 나오더군요.

이제 어린이집 다니는 두 아들을 둔 초보엄마, 초보아빠입니다만, 자식을 키운다는 게 자식 때문에 울고, 자식 때문에 웃는 일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그 속에서 행복은 자연적으로 따라오는 것일 테고요.

"형아, 엄마한테 혼 났어?"     "짜식, 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잖아."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우리 아이 성장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추천 부탁해요~

어제 어버이날 부모님께 안부전화라도 한통씩 드렸는지요? 저는 어제 집으로, 처가로 어른들께 전화를 한통씩 드리기는 했는데 아버지 지병이 다시 또 안 좋아져 조금 걱정입니다. 반평생이 넘는 시간을 지병으로 고생하시는 걸 지켜보면서도 딱히 도움을 드릴 수 없으니 답답할 따름입니다.
2주마다 한번 꼴로 찾아뵙기는 하지만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평상시는 무심코 지나치다가 무슨 일이 있거나 해야 안부 정도 여쭙는 정도이니 부끄럽습니다. 한해 한해 기력이 예전과 같지 못 하시다는 걸 느낍니다. 자식의 도리는 하고 싶은데 여의치 않으니 걱정입니다.

어제 퇴근하고 집으로 오니 큰아들이 현관까지 뛰어오며 반갑게 맞아 주더군요. 그러더니 제 손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갑니다. 아내는 그걸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고,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꽃병 같은 것을 하나 내밉니다.

글자 적는 것은 선생님이 도와주신 것 같습니다.


어버이날이라고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랑 함께 만들었다고 합니다. 저희 부부는 큰아들을 작년 하반기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대략 30개월이 막 지난 후였을 겁니다. 이것 때문에 아내와 좀 다투기도 했었네요. 저로서는 이제 30개월 지난 애를 너무 빨리 엄마와 떼 놓는다는 게 마음에 걸렸습니다. 아무리 요즘 조기교육 열풍이 불고 어린이집에서 또래들과 일찍 어울리게 해 사회성을 키워주는 게 좋다고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이빨 닦는 걸 제일 싫어하는 재성이.


또래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ㄱ, ㄴ, a, b, 1, 2 같은 것을 친구들보다 조금 늦게 배우면 어떻습니까? 저는 그런 것들보다 그 나이에는 엄마, 아빠와 가능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엄마, 아빠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끼게 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제 생각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자식 교육을 앞으로도 머리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가슴으로 느끼는 법을 우선해서 가르치려고 합니다.



그래서 1년만 늦게 어린이집에 보내자고 아내를 설득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커다란 장애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당시 작은아들의 출산이 임박했었기 때문입니다. 아내의 주장은 갓난 둘째를 키우며 몸조리도 해야 하는데 혼자서 큰아들까지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겁니다. 이 대목에서는 제가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눌러앉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다른 방법이 없더군요. 결국은 아내의 뜻에 따르기로 해서 그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었습니다.


처음 어린이집 가는 날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하더군요. 그랬던 녀석이 비록 선생님과 함께 만든 거지만 어느덧 어버이날이라고 카네이션을 직접 만들어 아빠 눈앞에 자랑스럽게 내밀고 있습니다. 단연코 지금껏 받아본 세상 그 어떤 선물보다도 값지고 뭉클한 감동이 전해져 오더군요. 전혀 상상도 못 했던 일입니다. 그 고사리 손으로 이런 걸 만들어 오리라고는 말이지요.
"아, 이래서 자식이구나. 이런 감동도 있을 수 있구나." 저절로 느껴지더군요.

아빠랍니다. 엄마보다는 사람처럼 그렸다는 데 만족합니다. ㅋㅋ

엄마라는군요. 왠지 사신의 포스가...;


선물을 한 당사자는 전달하자마자 장난감 가지고 노느라 정신이 없는데, 그 선물을 받아 든 아빠는 한동안 그걸 들고 지그시 아들을 바라보게 되더군요. ^^;
사랑한다, 아들아~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우리 아이 성장일기]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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