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중에 비가 자주 내리고, 집사람도 아이들도 집에만 갇혀 지내다 보니 주말에 어디든 바깥바람 좀 쐬자고 해서 나들이 갔다 왔습니다. 원래 계획은 대구에 있는
허브힐즈라는 곳을 다녀올 계획이었습니다. 울산에서 당일로 다녀오기에는 조금 먼 듯하지만, 아래층 아기엄마가 아내에게 적극 추천했다고 하기에 한번 갈려고 마음먹고 있었지요.
그런데 차를 몰고 집을 나선지 채 5분도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앞유리에 두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좌절이었습니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쉽고 해서 울산에 살다 보니 자주 가게 되는
울산대공원 쪽으로 핸들을 꺾었습니다. 울산에 살면서도 울산이라는 곳이 별로 마음에 드는 데가 없지만, 울산대공원 하나만은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비록 주말이었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여느 주말 때보다 사람이 훨씬 없더군요. 전에도 한번 다녀왔지만 애들이 좋아할 만한 대공원 남문 쪽에 있는 동물원으로 향했습니다. 말이 동물원이지 규모로 보나 동물 종류나 수로 보나 제대로 구색을 갖춘 동물원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울산대공원에 도착해서는 비가 오지 않았지만, 날씨가 온종일 우중충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애들이 놀기에는 많이 덥지 않아 더욱 좋았습니다.
울산대공원 남문 쪽에 있는 장미원과 동물원 입구. 적혀 있는 것처럼 동물원이라기보다는 동물농장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들어가면 바로 보이는 장미원. 장미가 흐드러지게 필 시기에는 장미축제도 합니다. 온 천지가 색색깔의 여러 종류의 장미로 뒤덮이는데 볼거리가 많답니다. 작은아들은 차에서부터 계속 꿈나라 여행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장미원에 있는 고래 형상 앞에서 타이머 맞춰 두고 사진 찍다가 발생한 일. 급하게 시간에 맞춘다고 앉을 자리 확인하지도 않고 카메라만 보면서 어림짐작으로 앉다가 뒤로 넘어지는 순간이 카메라에 잡혔네요. 그 바람에 등에 장미 가시 박히고, 팔뚝에도 장미 가시 때문에 상처를 입었다는... ㅠㅠ
장미원에서 동물농장 가는 중간에 있는 벤치. 여전히 작은아들은 꿈나라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네요. 햇빛도 없고 하니 선선해서 잠자기에는 좋았나 봅니다.
동물원 입구에 서 있는 간판 겸 조형물. 처음에는 눈 부분에 박혀 있는 것이 원래 그런 건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누군가 호박을 거기다 끼워둔 거더군요. -_-
꽃사슴. 재성이가 풀을 뜯어 가지고 가니까 다가와서는 잘 받아 먹습니다.
이게 어떤 짐승으로 보이십니까? 처음에 한동안 이 녀석이 정면 샷을 허용하지 않아 애먹었습니다. ^^
짐작하신대로 공작이 맞습니다. 요즘이 이놈 짝짓기 시기인지 암놈에게 구애로 보이는 행위가 활발하던데요. 깃털을 바르르 떠는데 그 소리가 오묘합니다. 휴대폰 진동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공작이 이렇게 깃털을 활짝 핀 것은 어린 시절 이후로는 처음 보는 장면이라 유심히 봤습니다. 그리고 나름 귀한 장면이라 이 사진만은 클릭하시면 1600x1200의 고해상도 화면으로 넘어가도록 링크해 두었습니다.
여기는 염소, 흑염소, 양의 우리. 위 사진에서 제일 왼쪽에 있는 염소가 바로 이 녀석입니다. 이놈이 염소와 양을 함께 키우는 우리에서는 완전 깡패더군요. 시간을 정해두고 체험현장이라고 사람이 먹이를 주기도 하는데 먹이 줄 때 옆에 다른 염소나 양이 있으면 무조건 저 뿔로 들이받아버립니다. 그리고는 혼자서 먹이를 독차지하더군요. 그 위세에 눌렸는지 염소가 다가오자 겁을 먹고 풀을 제대로 입에 물기도 전에 재성이가 손을 놓아버리더군요. ^^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방아깨비도 만났습니다. 재성이에게 보여줬더니 기겁을 하고 도망가더군요. 하긴 머리털 나고 방아깨비라는 걸 처음 봤으니...
동물농장을 나와서 대공원 한편에 자리한 놀이터에 있는 미끄럼틀입니다. 그런데 전에 갔을 때는 재성이가 이 미끄럼틀을 좋아라 잘 탔었는데 이번에는 겁을 먹고 안 타려고 하더군요. 왼쪽 계단에 노란티 입고 올라가는 아이가 재성이입니다. 저런 식으로 계단만 오르락내리락 하더군요.
또 다른 미끄럼틀에서 엄마와 모래 장난도 하는 재성이. 동생이 태어나고는 거의 항상 동생에게만 엄마가 관심을 주로 보이다가 이 날은 작정하고 동생은 아빠가 보고 엄마가 재성이와 놀아주니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평소에 제가 조금만 더 큰아들에게 관심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걸 항상 염두에 두고 있으면서도 실천이 잘 안 되더군요. 저 역시 퇴근하고 오면 10개월 된 작은아들부터 챙기다 보니 43개월 큰아들을 아주 다 컸다고 은연중에 여기는 버릇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저렇게 많은 아이가 있는 곳에 데리고 가니 여전히 그중에서 제일 작은 축에 속하는 아직 한없이 약하기만 한 아이인데 말입니다.
이곳은 뜀동산이라는 곳입니다. 아래에 무슨 장치가 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반탄력이 좋아서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습니다. 실제로 재성이가 대공원 놀이터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 중에 한 곳이랍니다. 형님은 벌써 열심히 뛰고 있고, 성민이만 남아서 형이 간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네요.
실컷 자고 일어나서 기분 좋은 성민군.
성민아~, 형님 왔다. 재성이는 이제 어느 정도 다리에 힘이 생겼는지 전에는 옆에서 다른 아이가 뛰면 그 반탄력 때문에 넘어져서 잘 서지도 못했는데 이제는 다른 아이들처럼 잘 뛰어놀더군요.
엄마가 아파트 단지 내에 장 섰을 때 싼 맛에 샀다는 노란 티. 노란색이라 유난히 잘 보이더군요. ^^ 얼마나 열심히 뛰어놀았는지 재성이는 땀으로 범벅이 되었답니다. 그나마 햇볕이 나지 않아 다행이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 그래도 탔더군요.
조금 있으면 휴가 시즌이 시작되는데 여름휴가 계획은 세우셨는지요? 저는 휴가 기간은 잡혔는데 아직 휴가 계획을 못 세우고 있네요. 매년 본가 식구들과 함께 움직였는데 올해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가능하면 사람 많지 않은 곳으로 다녀오고 싶은데 그게 또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