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입에도 안 댄 것은 아닙니다. 대학교 들어가서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담배를 배우게 되더군요. 그 이후 군 제대 후, 다시 복학, 그리고 졸업. 이어지는 사회생활까지 하면 저의 흡연 경력도 자그마치 15년이나 됩니다.

금연을 하게 된 것은 2005년 1월 말이었습니다. 그 당시 새해맞이하고 언제나 그렇듯이 새해 다짐에 금연이 들어가 있었고, 결정적으로 마눌님 첫째 임신 소식을 통보받은 시기였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금연 시작한 지 만으로 4년이 벌써 흘렀군요. 저의 금연소식을 가장 반긴 사람은 뜻밖에 아버지셨습니다. 당신께서 수십 년을 함께 해 온 담배를 당신 스스로는 어찌할 수 없지만, 자식놈은 담배를 멀리 했으면 하고 내심 바라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처음 담배 피우는 사실을 부모님이 아셨을 때 아버지께서 평소에 잘 그러시지 않는 분이 매우 화를 내시며 저를 설득하려고 하시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집에서의 간접흡연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담배를 너무도 쉽게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배우게 된 데에는 아버지의 역할도 컸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당시 아버지 세대 대부분이 그리하셨고, 사회적인 분위기 역시 간접흡연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방 안에서 자식들이 같은 방에 있는데도 담배를 꺼내 들고 불을 붙이는 것에 대하여 별 거리낌이 없었다고 보아야겠죠. 막연하게 그냥 '애들에게 좋지는 않겠지!'하고 넘어가시면서 구체적으로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셨겠지요. 어머니 역시 가끔은 아버지에게 잔소리하시긴 하셨지만 적극적으로 말리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항상 방 청소가 끝나고 나시면 방 한 켠에 깨끗이 씻은 재떨이를 가져다 두셨으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부모님께 서운함을 가지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요즘은 사회적인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이런 식으로 했다간 아마 난리가 나겠죠? ^^ 저의 아버지 세대분들도 근래에는 간접흡연의 폐해에 대하여 워낙 대중매체에서 많이 강조를 하니까 손자, 손녀 앞에서는 담배를 안 꺼내시는 모습들이 예전에 비하여 많아진 것 같습니다.

집에서의 간접흡연 2


최근에는 TV 공익광고에 이제는 NO라고 말하세요라면서 더는 간접흡연에 참고만 있지 말라고 합니다. 비흡연자 여러분께 하나 여쭈어 보겠습니다. 만일 같은 공간 내에서 다른 사람이 담배를 피우면 이제는 정말 NO라고 하십니까? 공익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하면 상대방은 순순히 받아들이던가요?

제 경우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조그마한 개인 사무실입니다. 그렇다 보니 함께 근무하는 사람끼리는 서로 허물없이
터 놓고 지내고 있습니다. 인간적으로나 업무적으로나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저희 사무실에는 흡연자가 딱 1명 있습니다. 매년 새해에는 항상 올해에는 금연하고 말겠다고 큰소리를 칩니다. 그러나 전형적인 작심삼일입니다. 어떻게 일주일을 못 가느냐?고 물으면 내가 나라에 충성할 길은 이것 밖에 없다.고 합니다. 차라리 큰 건물의 큰 사무실 같으면 오히려 간접흡연에 대한 배려가 더 잘 이루어지겠지만 작은 건물의 사무실이다 보니 이 사람이 그런 걸 신경 쓰지도 않습니다.

이 사람 책상이 저와 바로 붙어 있습니다.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는 순간부터 담뱃불을 끌 때까지 담배연기가 바로 다 날아옵니다. 정말이지 숨이 컥컥 막힙니다. 제가 한참 담배 피울 때 누군가 있었을지도 모르는 제 옆의 비흡연자도 지금의 나와 똑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면 그분께 미안해집니다.
작년 한여름 냉방 할 때, 그리고 한겨울 난방 할 때 사무실 문과 창문을 닫아 두고 있을 때였습니다. 자연 환기가 전혀 되지 않는 상황으로 환기 수단은 환풍기가 고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전혀 그런 걸 고려하지 않더군요. 참다, 참다 결국은 작년 여름에 한마디 했습니다.

집에서의 간접흡연 3


미안한데 최소한 사무실 문을 닫고 지내는 계절만이라도 흡연은 밖에서 해달라.
그제야 "아, 미안하다. 그렇게 하겠다."라고 하더군요. 여름은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겨울철에 접어들고 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문 다 닫아 놓고 사무실 안에서 흡연을 즐기더군요. 그래서 이후로 두 번 더 사무실 내에서는 금연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여름까지 합해서 총 세 번에 걸쳐 그 사람에게 사무실 내에서의 흡연은 자제해 달라는 뜻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대놓고 흡연을 하지는 않지만, 업무와 관련하여 심각한 전화통화를 한다든가, 외부 손님이 찾아와서 상담 혹은 얘기할 때는 계속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우더군요. 이해는 합니다. 저도 담배를 피워 봤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손이 간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런데 문제는 저는 흡연 경험이 있던 사람으로서 그 사람의 흡연 습관을 이해하지만, 그 사람은 제가 얼마나 괴로운지 그걸 전혀 이해를 못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화가 납니다. 이러면 금연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집사람에게서 다시 담배 피우느냐?라는 말을 들을 만큼 옷에 담배 냄새가 밸 정도면 그냥 계속 참고 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심각하게 물고 늘어지면 괜히 서로 간에 감정만 상할 것 같고 참 난감합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일까요? 저와 비슷한 환경에서 좋은 결론을 내신 분은 조언 좀 부탁합니다.

하루 5개비 피고 있다는 소리? -_-+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직장생활 하면서 간접흡연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통계도 있더군요. 그런데 흡연자 중에서도 36.5%가 간접흡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맞는 말입니다. 다른 흡연자분들도 수긍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옆에 있는 다른 누군가의 담배 연기가 좋을 리 없죠. 특히 생담배 연기는 정말 싫습니다.
간접흡연에 대한 대응방법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군요. 그냥 참는다(44.4%), 자리를 피한다(23.3%), 불만을 표현한다(17.2%)는 순으로 대체로 소극적인 대응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제는 흡연자 스스로 누가 옆에서 지적이나 충고를 하지 않더라도 비흡연자에 대한 에티켓을 지켜야 하겠습니다. 한때 흡연자로서 저 역시 담배 피우는 사람들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압니다. 근래 들어서 사회 분위기 때문에 담배 피운다고 핍박과 구박받는 일이 잦아지고, 어디 가서도 대우 못 받고, 그렇다 보니 괜히 반발심도 들고 하겠지요.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셔서 끽연권 이전에 비흡연자들의 담배 연기가 없는 공기로 숨 쉴 수 있는 권리가 우선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간접흡연


마지막으로 간접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자 간접흡연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떤 것인지 서술한 글을 올려 봅니다.


올해 들어 금연 결심하신 분은 잘 지키고 계신가요? 힘 내시기 바랍니다. 이곳을 빌려서나마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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